옹 정 제 ( 雍 正 帝 )
작성자
權五根
작성일
2023-05-18 18:19
조회
695
옹 정 제 (雍 正 帝 )
저 자 : 미야자키 이치사다
엄청난 권력을 휘두르는 독재자라기보다 수도자처럼 경건하고 치열한 자세로 임했던 옹 정 제 형제와 친척, 사랑하는 여인 등 누구에게나 엄격한 통치원칙을 관철시켰던 옹정제 , 수천 년이나 지속된 중국 관료제의 고질적인 부패의 고리를 자르고 관료들을 국가의 충복으로 거듭나게 하려고 했던 개혁가. 옹정제. 그는 말한다 "천하가 다스려지고 다스려지지 않고는 나 하나의 책임 , 이 한 몸을 위해 천하를 고생시키는 일은 하지 않으리 "
청나라는 1616년 누루하지가 후금을 건국하고 1636년 홍타이치가 청으로 나라 이름을 바꾼다 그리고 3대 황제 순치제가 명 왕조의 뒤를 이어 1644 년 북경에 입성하고 중국을 통치하게 된다 그리고 4대 황제 강희제와 6대 황제 건륭제 통 치기간 135년을 중국 역사에 있어 당 태종의 정관의 치 이래 강건성세의 시대를 갖는다 옹정제는 강의제와 건륭제 사이의 5대 황제이다
동양사학의 최대 사가 미야자키 이치사다는 옹정제를 역사의 무대 뒤편에서 끌어내 세상에 알린 것은 옹정주비유지 ( 雍正硃批諭旨 ) 라는 자료에서 시작 된다 18질 112 책으로 이루어진 주비유지는 옹정제와 232명의 지방관료가 주고 받은 서간문을 모아 출간한 자료였다 미와자키 교수는 1949 년부터 교토 대학에 주비유지 연구반을 만들어 40년간 매주 윤독을 시작하였고 1986년 그 총결산인 " 옹정시대의 연구서"를 출간했다 이 책 옹정제는 이 거대한 장정의 원점이었으며 왜 주비유지가 가치있는 자료이며 옹정 시대가 역사적으로 주목되어야 하는지를 세상에 공포한 선언서 라고도 할 수 있디
강희재는 8세에 황제에 등극하여 61 년간 중국을 통치했다 그에게는 35명의 황자가 있었다 강희재는 두 번째 이 아거 ( 아거란 만주어로 귀공자란 뜻임 ) 를 두 살때 후계자로 지명했다 수많은 아거들 가운데 두 번째만 정실 부인 황후에게서 태어난 적자였다 황후는 산후 회복이 좋지 않아 이 아거를 낳고 곧 죽었는데 강희재는 그런 연유로 둘째를 유독 총애 하였다 강희재가 자식 사랑에 눈이 멀어 황태자에게 밀실 공작을 용납함에 따라 황태자가 어느새 대단한 정치 보스로 커버렸고 갑자기 태양이 두개가 되었던 것이다 군주 독재체제하에서는 황태자라도 단지 일개 신하에 지나지 않았는데 정치 보스화 되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다 이아거를 황태자 책봉 25 년만에 폐위시킨다 그리고는 이아거가 반성하고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그러는 동안 아거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권력 암투가 벌어지고 강희재는 폐위햇던 이아거를 인정에 끌려 다시 황태자로 지정하지만 재차 폐위시킨다 강희재는 임종 직전에 4아거를 후임으로 임명하고 세상을 떠난다
4아거 옹정제는 마흔 여섯살 늦은 나이에 청나라 5대 황제로 등극한다 황자로서의 살얼음판 같은 세월을 보낸 옹정제는 아거들간의 권력 투쟁에 앞장섰던 8아거와 9아거를 제거하고 그의 같은 어머니에서 출생한 14아거도 숙청하지만 13아거는 총애하여 아홉개의 직무를 맡긴다 황태자 문제를 심각하게 인지한 옹정제는 태자밀건법이라는 것을 정해 후계자 문제를 처리한다 그것은 후계자를 황제가 정하고는 상자에 밀봉하여 건청궁 옥좌 위에 걸린 정대광명 ( 正大光明 )이라는 액자 뒤에 숨겨 놓고 만일의 사태가 발생하면 상자를 열어보게 하는 것이었다 이는 미래 권력에 줄서지 말고 현재 권력에 충성하라는 강한 멧세지였다 옹정제가 생각해 낸 새로운 후계자 선정 방법은 그 뒤 청조 내내 지켜졌고, 황자들은 황제가 되고 싶으면 오로지 수양에 힘쓰면서 황제의 마음에 들려고 노력해야만 했다
옹정제가 황제에 오른 것은 천명이라고 생각했다 천명은 권리임과 동시에 의무이도 했다 천하 백성들의 생활을 보장해주고 안주시키는 것이 황제의 임무이며 만약 이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면 천명은 다른 곳으로 떠나간다고 생각했다 사아거 시절 관료조직의 부패 문제를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이십일만 평의 자금성 안에서 중국 천하를 제대로 파악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명나라는 환관을 통한 밀정제도로 지방정치를 통제하고자 했으나 환관들의 작난으로 황제의 눈과 귀를 가려 명나라가 붕괴되었음을 잘 알고 있었던 옹정제는 중앙집권적 전제 군주제를 강화하기 위해 지방 관료와 직접 서신을 주고 받는 주접제도를 발전시킨다 이는 공식 소통체계가 아닌 황제와 지방관료 사이에 비공식 소통체계였다
주접의 대상은 문관은 부의 책임자인 지부, 무관은 사단장급인 총병관 등이 대상이었다 이들은 임지로 출발하기전 반드시 궁중에 불려가 황제를 알현하고, 지시 받은 사항을 임지에 도착하면 조속히 황제에게 친필 주접을 올려 알현 때 들었던 훈유를 복명해야 했다 잘못 복명하면 황제가 붉은 붓으로 하나하나 정정하여 발신인에게 보낸다 이렇게 붉은 붓으로 쓴 황제의 친필 서한 , 곧 주비유지를 받은 당사자는 타인에게 누설해서는 안되며 임지의 정치상황과 의견을 황제에게 보고해야만 했다 주접은 증거가 없어도 무방하였으며 증거가 없으면 없다고 하면 되었고 격식도 필요없이 지방 운영 사항을 보고하면 되었다 옹정제가 필요했던 것은 정보였다 정보가 없으면 황제라도 그릇된 판단을 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주접은 공식 문서가 아니기 때문에 횡서나 초서도 무방했으며 이해만 할 수 있다면 겉치레나 예의범절 따위는 필요 없었다 주접의 내용으로는 잘못이 있더라도 처벌 당하지 않았다 그러나 옹정제가 답장한 내용들을 보면 주비유지를 받은 관료는 간담이 서늘했을 것이다
" 이런 바보같은 의견을 잘도 내놓는구나 서간문으로 왔기에 망정이지 만약 공식 문서로 제출된 것이라면 너는 큰 벌을 받을 판이다 , 바보는 고칠 수 없다는 말은 바로 너를 두고 하는 말이다, 금수라도 너보다는 낫다 , 양심을 뭉게 버리고 수치를 수치로 여기지 않는 소인배 , 속임수를 일삼는 거짓말쟁이 , 눈 가림만 하는 사기꾼, 황제의 이런 신랄한 욕설은 개인적인것이었으며 옹정제는 단지 지방관의 반성을 촉구혀였던 것이었다 옹정제는 아주 사소한 일도 그냥 넘어가는 일 없이 한 가지 일도 허투루 처리하는 적 없이 온힘을 다해 빈틈없이 몰두했고 진지했다 미야자키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 이 만큼 양심적인 군주는 중국 역시에는 물론 다른 나라의 역사에서도 그에 견줄만한 예를 찾아볼 수 없을 것이라고 ",
옹정제는 분주한 정무로 새벽 4시부터 밤 12시까지 일각도 쉴틈이 없엇다 천하를 다스리는 일은 옹정제에게는 너무나도 중요한 일이었다 본인 한 몸을 아까워 하지 않았다 그의 집무실 입구에는 爲君難 ( 위군난 : 군주가 되는 일 지극히 어려운 것 ) 이라는 글자를 써놓았고 양쪽 기둥에는 原以一人治天下 , 不以天下奉一人 (원이일인치천하 , 불이천하 봉일인 : 천하가 다스려지고 않고는 나 하나의 책임, 이 한몸을 위해 고생시키는 일은 하지 않으리 )
군주의 선한 의지를 실현시키는데는 관료가 필요하다 군주의 의지가 백성들에게 미치기 위해서는 중간 매개체인 관료가 군주의 의지를 이해하고 왜곡시키지 않아야 올바른 정책을 구현할 수 있는데, 옹정제는 관료 등용 방법을 출신 성분에 의지하지 않고 오직 성과위주로 인재를 발탁했다 그 대표적 인물들이 텐원징 , 리웨이, 오르타이 였다 옹정제는 과거시험제도를 통해 보스 정치가 생겨나고 이를 고리로 관료의 부패가 발생한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이었다 옹정제는 지방 관리의 봉급이 적어 부정이 일어남을 알고, 지방관의 봉급에 양념은 이라는 수당을 지급해 생계를 도와 관리들의 부정부패를 막고자 노력했다
옹정제의 고심에 가득찬 13년은 관료제의 부패를 바로잡아 후대 황제 건륭제의 강건성세를 가능하게 했으며, 옹정제의 개혁 중 가장 빛이 나는 것은 재정시스템의 개혁이엇다 불필요한 지출을 억제시켜 흑자재정 구조를 정착시켰다 이는 청나라가 구가한 번영의 밑천이 되었다 옹정제의 재위 13년은 그야말로 쉴틈도 없이 열심히 성실히 천명을 받든 것이었다
이 책 옹정제는 한 독재군주의 삶에 대한 깊은 공감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이를 통해 이상적인 독재자 상을 제시하거나 독재제의 장점을 부각시키기 위하여 집필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독재자 개인의 어떤 노력으로도 뛰어넘을 수 없었던 독재체제의 근본적인 결함을 사람들에게 환기시킬 목적을 깔고 있다 백성을 사랑하고 백성의 생활을 지켜주고자 하였던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하늘이 부여한 천명이라고 믿었던 한 인간의 눈물겨운 분투도 독재라는 틀로 말마암아 장기적으로는 민중을 호도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 옹장제와 같이 선의로 가득찬 유능한 독재자를 만날경우, 정치는 일사분란하게 진행되며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난다 그러나 한 인간을 버팀목으로 한 체제는 결국 단명으로 그칠 수 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자의적인 운영 벙식은 시스템을 무력하게 만든다 또한 독재체제의 결함이 드러난 뒤에도 여기 길들여진 사람들은 다시 독재제를 희구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된다
"옹정제의 독재정치는 그야말로 그 정점에 위치한다 이렇게 독재제를 신뢰하게 된 민중은 독재제가 아니면 다스려질 수 없도록 틀지워지는 것이다 이것은 중국 민중에는 참으로 슬픈 일이다 옹정제의 정치는 선의에 넘치는 악의의 정치라고 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선의에 넘친 악의의 비극은 아직 완전히 끝난것이 아니며 지금도 거대한 역사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고 " 미야자키 교수는 말하고 있다
"독재자는 성실해야 한다 그래도 독재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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